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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창비에서 [스노볼] 사전 서평단에 선정돼 가제본을 읽고 작성된 글입니다.

 

  살다보면 TV에 나오는 사람들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가족은 아니지만 정말 외모가 똑 닮은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도플갱어라고 한다. 이 책에서도 도플갱어는 세상에 세 명 있다고 이야기하며, 도플갱어끼리 만나면 누군가는 죽는다는 미신까지 덧붙인다. 그런 주인공 앞에 주인공과 꼭 닮은 인기 연예인을 연기해 달라고 제안을 해오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연기를 하는 대신 꿈을 이루는 걸 도와주겠다고 한다면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번에 리뷰할 책은 제1회 창비 X 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스노볼]이다. 이 소설은 지구의 미래 사회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스노볼'은 영하 40도를 웃도는 추워진 지구 위에 유일한 따뜻한 공간이다. 스노볼의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스노볼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력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그래서 스노볼 내부는 외부와는 다르게 따뜻하다는 특권을 가지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외부 사람들에게 TV 프로그램처럼 방영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이 방송을 편집하는 건 스노볼의 디렉터의 몫이고, 디렉터가 편집한 영상을 바깥사람들이 보게 되는 것이다. 

 

  소설의 초반부 줄거리는 이렇다. 소설의 주인공 '전초밤'은 자신과 꼭 닮은 스노볼 속 액터 '고해리'를 만나고 싶어 한다. 꼭 닮은 사람이지만 '고해리'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 언젠가 고해리를 만나기 위해 디렉터의 꿈을 키우는 주인공 앞에 고해리의 디렉터, '차설'이 나타난다. 스노볼 속 고해리가 죽었다며 고해리를 연기해달라는 디렉터, 차설. 주인공과 닮은 연예인을 만나고 싶어 하는 내용은 단순한 전개라고 생각했지만 차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디렉터가 전초밤을 데려가 전초밤이 연기하는 고해리를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주인공도 꿈에 가까워지는 듯했다. 

  초반 소설 전개를 보면서 추리극의 느낌이 물씬 들었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모습을 추리한다면 이 소설이 아닐까 싶다. 위에 설명한 세 명의 등장인물 외에도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 모든 인물들이 하나의 복선이면서, 감초역할을 하기 때문에 소설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시작 부분에 살인의 누명을 쓴 사람의 등장이 아무 의미 없는 등장인 줄 알았지만, 마지막까지 깔아 두었던 복선들을 하나씩 거두면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진실을 찾는 그 순간까지 소설은 급물살 타듯 진행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진짜 나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모든 이를 위한 소설이라는 소개글에 매료됐다. 진짜 나로 살아간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나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텐데 어쩌면 남들이 하자는 대로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기만 하다 진짜 나를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진정한 '나'는 남들과 같지 않은 유일한 존재라는 걸 소설을 통해 얻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