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미운 당신과 헤어졌다. 더 아플 일 없다고 생각했다. 지난 일들 다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며 지나던 길엔 당신이 없었으니까, 집에 돌아오는 퇴근 길에도 당신이 없었으니까 다행이었다. 지나온 모든 길에 당신을 꼼꼼히 지우고 닦아냈다. 그리고 자국이 남았다. 지우개는 아주 잘 들었지만 종이에는 글씨 자국이 남듯이. 지운 당신은 길에도 마음에도 남아버렸다. 돌아오지 않을 당신이 남아버렸다. 눌러 쓴 사랑이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_ 지긋지긋하게 싸우던 당신과 헤어졌다. 멀리 보자던 우리는 결국 한치 앞을 못 보고 갈라졌다. 갈라진 우리는 각자 마음을 정리했다. 한동안 당신과 가던 길은 지나가지도 않았다. 혹시 마주칠까봐. 서른 번정도 새로운 길을 다녀보니 이제 다 지워진 ..
사랑이 짧지 않기를 바랐다. 사랑인지 호감인지 잘 모를 때부터 사랑이 짧지 않기를 바랐다. 바람과는 달리 사랑은 끊어지기 일쑤였고 남은 건 사랑조각 뿐이었다. 맞지 않는 조각들을 끼워보려고 몇날 며칠을 보내다 조각들을 모아 한 쪽에 치워뒀다. 조각들은 한참을 흔들렸다. 사랑 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부딪혀 깨지고 부서졌다. 그러다 조각이 담긴 사랑 통은 넘어졌고 조각에 찔려 줍지도 담지도 못한 채 사랑통에 울고 있는 이만 남았다. _ 지난 사랑이 깨졌다고 이어붙이려 애썼다. 본인의 탓이라며, 이제 자신이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될 거라고, 그 부분만 오려내면 괜찮을 거라고. 오려내지 않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오려낸 자아를 다시 주워주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시력을 잃지도 청력을 잃지도..
H씨는 항상 친절했다. 성실한 H씨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싫어하고 미워하는 걸 못하고 반대로 싫어할까봐 미움받을까봐 언제나 조심하던 버릇이 H씨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H씨는 그렇게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친절한 사람. _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문방구 앞에 오락기가 있었다. 또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하는 친구를 구경하고 있었다. 한 아이는 한발짝 뒤에서 구경하다 모두가 집으로 간 뒤에야 반짝이는 오락기 앞에 앉았다. 문방구가 문을 닫을 때까지 오락기를 건드려보다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땐 없던 친구가 생겼다. 가족도 그도 모르는 가상의 친구가 생겼다.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 평소대로 출근하고 평소대로 일해도 이렇게 원치 않는 야근을 종종 하게 된다. 컴퓨터 화면에 불이 들어온 책상은 하나뿐이고, 다른 자리는 어두워진 지 한참이 지났다. 매번 야근할 때마다 드는 이 기분은 아주 잠깐일 뿐, 맡은 일을 빨리 끝내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사색도 사치가 된다. 곧 다시 일에 집중한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퇴근할 준비를 한다. 불 꺼진 사무실을 보는 것도 이젠 익숙하다. 마지막 파일을 전송하고 나서 정리를 마치고 나면 이제 짧은 여유가 시작된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멀리서 오는 버스를 하나 둘 보낸다. 갑자기 훅하고 바람이 인다. 버스가 멈춰 섰다. 이 버스도 보낸다. 그렇게 몇 대의 버스를 보내고 타야 할 버스가 도..
오랜만에 듣고 싶은 노래가 나왔다. 최근 발매된 ‘벤’님의 앨범과 ‘최한솔’님의 앨범! 앨범 음원을 다 듣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다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올해 찾은 가수는 ‘벤’님! 올 초에 정규 앨범 타이틀곡으로 ‘열애중’을 냈을 때는 ‘Iced coffee’랑 같이 나만 알고 싶은 가수였다. 그런데 몇 개월 사이에 열애중이 유명해져서 다음 미니앨범 타이틀 곡인 ‘180°’까지 인기가 많아졌다. 덕분에 좋은 노래도 듣고 기분이 좋다. 이별 노래인 건 좀 아쉽지만 말이다. 다음으로 최한솔님! 이 분은 이번에 객원보컬 체제로 돌아오셨다. 객원보컬은 ‘올코튼’님! 노래 제목이 ‘어떻게 지냈어’. 가사도 멜로디도 지금 듣기 좋은 노래다. 다들 추운 날씨에 연말연시 스스로의 안부를..
차가운 공기 싸늘한 바람 냉정한 말투 단호한 표정 모두 준비된 잔인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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