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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1/소설

[오백자소설] 열정

AUSEAN 2019. 1. 9. 22:39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일을 하고 있다. 평소대로 출근하고 평소대로 일해도 이렇게 원치 않는 야근을 종종 하게 된다. 컴퓨터 화면에 불이 들어온 책상은 하나뿐이고, 다른 자리는 어두워진 지 한참이 지났다. 매번 야근할 때마다 드는 이 기분은 아주 잠깐일 뿐, 맡은 일을 빨리 끝내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런 사색도 사치가 된다. 곧 다시 일에 집중한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퇴근할 준비를 한다. 불 꺼진 사무실을 보는 것도 이젠 익숙하다. 마지막 파일을 전송하고 나서 정리를 마치고 나면 이제 짧은 여유가 시작된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멀리서 오는 버스를 하나 둘 보낸다. 갑자기 훅하고 바람이 인다. 버스가 멈춰 섰다. 이 버스도 보낸다. 그렇게 몇 대의 버스를 보내고 타야 할 버스가 도착했다. 시내에 보기 드문 2층으로 된 버스. 집으로 가는 버스는 많지만, 집으로 갈 수 있는 이층 버스는 많지 않다. 무거운 발을 옮기며 버스 계단에 올랐다. 퇴근 시간이 한참이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 안은 한산하다. 한산한 버스가 기분을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분명히 이 버스도 오늘 하루 중 언젠가는 승객을 가득 채우고 붐비는 도시를 누볐을 거다. 그렇게 집 근처 정류장에 도착하고 내리자마자 집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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