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랑이 짧지 않기를 바랐다. 사랑인지 호감인지 잘 모를 때부터 사랑이 짧지 않기를 바랐다. 바람과는 달리 사랑은 끊어지기 일쑤였고 남은 건 사랑조각 뿐이었다. 맞지 않는 조각들을 끼워보려고 몇날 며칠을 보내다 조각들을 모아 한 쪽에 치워뒀다.
조각들은 한참을 흔들렸다. 사랑 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부딪혀 깨지고 부서졌다. 그러다 조각이 담긴 사랑 통은 넘어졌고 조각에 찔려 줍지도 담지도 못한 채 사랑통에 울고 있는 이만 남았다.
_
지난 사랑이 깨졌다고 이어붙이려 애썼다. 본인의 탓이라며, 이제 자신이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될 거라고, 그 부분만 오려내면 괜찮을 거라고. 오려내지 않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오려낸 자아를 다시 주워주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시력을 잃지도 청력을 잃지도 않았지만 주변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주변의 조언도 듣지 못했다. 어떻게든 혼자 깨진 걸 이어붙이려 했다. 도려낸 자신은 모르고.
_
깨진 걸 깨달은 건 사랑한 기간보다 조각을 붙이던 시간이 두 배 더 오래됐을 즈음이었다. 조각을 버리지 못했던 그는 이제 조각을 버렸고, 사라진 조각 대신 그 자리엔 반창고만 남아있었다. 한껏 빨개진 솜이 그간 있었던 사랑통을 대변해줬다. 빨강은 마르고 다시 새살이 돋아나자 조각을 맞추지 않게 됐다. 새로운 설렘통에 사랑을 담게 됐다.

'조각1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백자소설] 청촉의 바람  (0) 2019.03.09
오백자소설 [에필로그]  (0) 2019.02.11
[오백자소설] 기억치  (0) 2019.01.20
[오백자소설] 열정  (0) 2019.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