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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지 않는 사람, 미워하는 사람, 미워하지 않는 사람 등. 그중에 몇몇 사람들과 가족이 돼 살아간다. 늘 마주하며 살아가는 가족은 삶을 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유원'도 가족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제본 된 책 뒤표지엔 이런 말이 있다. '모순투성이 마음을 딛고 날아오르는 모든 이를 위한 성장소설'. 최근 '사람은 모두 모순적'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 소설에서 그 생각에 대한 답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이 소설을 받아 들고 느꼈던 첫 감정이었다. 철학을 갖고 보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떠오른 궁금증을 곧바로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얼른 책을 읽고 싶어 졌다.



  책 속엔 소제목이 세 개 있다. '기일과 생일', '마땅한 죄책감', 마지막으로 '높은 곳에 서려면'. 목차의 세 소제목만으로도 갑자기 답답해지는 느낌이 왈칵 들었다. 소제목 안에 숫자로 나뉜 이야기들이 많았다. 소제목들은 무거웠지만, 그 속의 이야기들은 다채로웠다. 1번이 우울했다면 2번은 그렇지 않았다. 3번이 담담했다면 4번은 또 그렇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고 해서 앞 이야기와 정반대의 느낌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이 나오기도 했고, 주인공의 심리가 불쑥 짤따랗게 묘사되기도 했다. 페이지는 200쪽이 넘어갔지만 다 읽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꽤 사실적 묘사들이 즐비해 있어서 읽는 내내 현실감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학생이 아니지만 마치 지금 내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란 느낌을 들게 했다. 학창 시절과 유사해서였을까. 중간중간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가 서로 진실게임을 하고, 나쁜 마음을 속으로 외치는 순간마다 내 모습을 투영해놓은 기분이 들어서 오감이 짜릿했다. 소름도 돋았다. 무서움과 두려움이 공존했다. 그런 모순을 이따금 경험한다.



  책의 내용은 마지막까지 빠질 것 없는 등장인물들만 나온다. 주변 인물에 대한 묘사도 깔끔하다. 필요 없는 인물들은 깔끔하게 정리해서 꼭 필요한 인물들로만 알차게 구성된 이야기들. 이런 이야기에 행복한 결말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결말은 마음 한쪽을 욱신거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 욱신거림 없이 책 속 이야기는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방법'을 알려준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누군가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들 한다. 요즘은 또 그렇지도 않아 보여도 사람은 저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살아간다. 완독하고 난 지금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려면 타인의 도움은 필수 불가결'이라는 걸 느꼈다. 나 하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내 마음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 마음을 지탱해 줄 수 있는, 감당해 줄 수 있는, 들어줄 수 있는, 이해해 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필요하다는 것을.



  '유원'은 그런 책이다. 아픔을 담은 책. 치유를 배울 책. 슬픔을 가진 책. 행복을 느낄 책. 몰래 아픔을 찌르지 않고 아픔을 인정하며 그 자체를 이겨내는 책. 우리는 아픔을 외면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을 읽고 모두가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