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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완독 후기.


전 세계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책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내용은 열다섯 개의 작은 이야기로 나뉘어 있다. 처음 총 쪽수를 보았을 때 앞이 깜깜했는데 완독을 한 지금, 만감이 교차한다. 이유는 소설을 읽으면 알게 된다. 내용을 미리 말해버릴까, 혹여 그러면 재미를 반감시킬까 소설의 후기를 쓰는 데는 젬병이지만 그래도 후기의 구색을 맞추려면 소재가 필요해서 책 표지에 있는 해시태그들을 토대로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첫 번째 해시태그, #하와이. 지금은 모두의 관광지, 관광의 로망. 하와이의 이미지는 나른하고 여유로운 낙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하와이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하지만 간단히 넘어갈 것이 아니다. 이 해시태그는 세 번째 해시태그를 만나 더 큰 힘을 낸다.

두 번째 해시태그, #여성연대. 역사는 승자의 붓으로 쓰인다. 그 승자의 뒤에는 승자를 도와주던 수많은 사람이 있다. 내가 느끼기엔 대개 그런 승자는 남자의 차지였고, 여성은 언제나 뒤에서 외면당했다. 하지만 이 해시태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연대라 함은 이어진 끈과 같다. 어떤 연대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여성연대는 혼자가 아니기에 단단해질 수 있었고,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다.
세 번째 해시태그, #100년_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은 1920년. 그보다 1년 앞선 1919년은 우리나라의 국경일 중에 하나인 3.1절이 일어난 해이기도 하다. 해시태그는 정확히 100년 전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다. 책 속 첫 소제목은 ‘1917년, 어진말’이다. 정확히 따지자면 무려 3년이나 지나버렸다. 출판사가 실수를 한 것은 아니다. 작가님이 실수를 한 것도 아니다. 100년 전, 그러니까 그 즈음의 우리네 삶은 대체 어땠는지, 우리가 겪지 못한 그 시절엔 어떤 일상이 있었는지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더불어 첫 번째 해시태그인 하와이와 맞물려 하와이의 100년 전과 우리네 삶의 100년 전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네 번째 해시태그, #세_여자_이야기. 소설엔 다양한 인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독서라는 건 작가와 독자 사이의 긴 편지라고 생각한다. 소설도 다양한 편지 양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개인적으로 발신인이 수신인에게 배려하지 않은 기분을 느낀다. 그 이유는 발신인이 만든 수많은 인물들의 정보를 수신인 혼자 다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와도 세 여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기에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다. 걱정 말고 세 여자에만 집중하면 소설은 어느새 금방 끝이 나 있다.


마지막 해시태그, #놀라운_몰입도. 완독이란 걸 잘 못하는 내가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처음 책을 받고서 총 쪽수가 400쪽에 가까운 걸 보고 다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마지막 몇 장을 제외하고는 술술 읽혔다. 마치 연극을 보는 듯, 눈앞이 생생했고, 내 지인의 이야기인 듯, 아니 내 이야기인 듯 온 감정이 전이됐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였고, 지금의 이야기이고, 앞으로의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소설에 감정을 실었고,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읽었다. 그리고 몰입을 푸는 데는 어느 책보다도 오래 걸렸다. 여운이 길었다는 말이다.


이 책은 창비 출판사의 ‘작가를 모른채 책을 읽어 볼’ 사람을 찾던 이벤트를 통해 읽게 됐다. 후에 작가님을 알게 됐지만 이미 책을 절반 이상 읽은 뒤였고, 내겐 작가님이 누구든 이미 소설에 빠져버린 다음이었다. 모르고 읽어도 재밌고, 알고 읽어도 재밌는 책이었다. 작가님의 다른 책도 얼른 읽어보고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 또는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만들어지면 이 소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읽는 내내 분에 넘치는 몰입도에 나도 모르게 숨 죽이며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니 우리의 과거, 나의 현재, 후대의 미래를 알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들었으면 좋겠다. 읽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느꼈으면 좋겠다. 당신이 누구 덕분에 이 땅 위에 서 있는지를.